파리의 아름다움을 느끼는 가장 좋은 방법은 바로 거리를 걷는 것입니다. 시간을 잊은 듯한 건물 사이로 촘촘히 이어져 있는 상점들을 구경하며 산책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파리다움을 흠뻑 느낄 수 있는 일임이 분명한데요. 이러한 느낌을 주는 거리 산책을 실내에서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요. 갑자기 쏟아지는 비를 피해 우연히 한 건물 속으로 들어가자 또 다른 ‘거리’가 펼쳐지는 상상. 영화 속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이런 장면들을 ‘상상’이 아닌 현실로 만날 수 있는 곳이 파리 곳곳에 존재하고 있습니다. 실내에서 만나보는 또 다른 ‘거리’. 파리의 파사쥬 (Passage)는 우리가 상상하는 바로 그곳입니다.

파사쥬, 숨겨진 보물을 가진 곳


불어로 파사쥬 (Passage)는 ‘통로’를 뜻하는 단어입니다. ‘공간과 공간을 지나쳐 가는 길’이란 사전적 의미처럼 건물 안을 가로질러 설계되어 있어 파사쥬를 통해 또 다른 길로 통행할 수 있는 곳인데요. 파리 대부분의 파사쥬는 19세기 초에 건설된 것인데, 귀족들의 편안하고 쾌적한 쇼핑을 위해서 만들어진 것으로 파리의 중요한 상점으로서 사랑을 받았습니다.

오래전부터 자리 잡은 고급 상점들로 인해 이곳은 한 세기 동안 사회적으로 큰 성공을 이루었습니다. 비록 지금은 현대 쇼핑몰에 의해 원래에 역할은 감소했으나, 단순히 지나쳐 가는 통로가 아닌 파사쥬만의 아름다움과 독특한 매력으로 세계 관광객들의 발걸음을 이끌며 사랑받고 있습니다. 



이러한 파사쥬가 파리 곳곳에 수십 개가 존재하는데 그 중 파리 6구에 있는 파사쥬 파노라마(passage panoramas), 파사쥬 주프호이 (passage jouffroy), 그리고 파사쥬 베흐도 (passage verdeau)가 가장 잘 알려져 있습니다. 이 세 개의 파사쥬는 서로 밀접해 위치하면서 비밀통로처럼 서로 연결되게끔 설계되어있어 한 번에 세 곳의 다른 매력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파사쥬의 삼색 매력


파리 최초의 진정한 파사쥬의 원조라 불리는 파사쥬 파노라마는 1799~1800년도에 지어졌습니다. 그 명성 때문에 세기를 거쳐 여러 소설과 영화 속에서도 종종 등장하는 장소이기도 한 이곳에는 갤러리와 고서적, 그리고 역사가 오래된 양장점이나 우표와 동전을 거래하는 상점들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파사쥬 파노라마 앞 횡단보도를 건너면 바로 만나볼 수 있는 파사쥬 주프호이와 파사쥬 베흐도는 1847년경 같은 건축가에 의해 하나의 프로젝트로 지어진 파사쥬입니다. 철근과 유리로만 지어진 건물의 설계는 그 시대에 사람들에게 놀라움을 가져다주었고 유행에 민감한 귀족들에게는 쇼핑과 모임의 장소로서 사랑받게 되었습니다. 파사쥬 주프호이에는 현재 밀랍 박물관과 연결되어 있으며 또한 호텔, 고서점, 전통쿠키를 파는 상점 등 특색있는 상점들이 다양하게 자리하고 있어 관광객들의 사랑을 받는 파사쥬입니다.



파사쥬 주프호이와 작은 건널목 하나로 이뤄진 파사쥬 베흐도는 시끌벅적한 주프호이에 비해 다소 차분한 분위기의 파사쥬로서. 주고 고서적을 파는 책방이 주를 이루고 있고 고급 상점의 모습과 달리 저렴한 가격에 좋은 책들을 구입할 수 있어 파리지엔들이 사랑하는 곳이기도 합니다.

궂은 날씨가 많은 파리에서 날씨에 구애받지 않고 거리를 걷는 듯한 느낌을 선사하는 파사쥬는 옛날이나 지금이나 매력적인 공간입니다. 바깥에서 보기엔 그저 다른 출입문과 다를 바 없는 건물의 입구이지만 그곳을 통과하면 만나는 새로운 길 ‘Passage’는 발터 벤자민이 얘기한 것처럼 파리 속 작은 도시이자 작은 세계로 존재하고 있습니다.

파리통신원-임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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