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삶을 영위하는데 필요한 세가지라면, 누구나 주저하지 않고 ‘의식주’라는 단어를 떠올릴 텐데요. 이 중 ‘의(衣)라 함은 말 그대로 몸을 보호하고 예를 갖추는 위해 인간이 입는 옷을 뜻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단순히 물질로서의 ‘옷’이라는 하나의 매개체가 세월과 사람의 창의력이 더해져, ‘패션’이라는 거대한 하나의 역사로 자리잡기까지 그 발전은 눈부실 정도로 진행되어 왔는데요. 패션의 본고장 프랑스에서 이러한 패션역사의 기반이 되어왔던 대표적 예술학교들을 지금부터 만나보겠습니다.

스틸리즘(Stylism) vs 모델리즘(modelisme)

우리나라의 패션교육기관은 대부분 한 대학에서 ‘의상디자인과’, ‘의류학과’ 등으로 조금씩 나누어져 있는 반면에, 프랑스에는 패션만을 전문적으로 가르치는 소위 수준 높은 ‘패션전문학교’가 많이 설립되어 있습니다. 또한 국립학교와 대형사립학교, 소수정예학교 등 다양한 형태의 교육기관이 자리잡고 있기도 한데요, 패션에 대한 지식을 갈구하는 많은 학생들이 배움을 얻기 위해 프랑스를 방문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프랑스의 패션학교들은 크게 두 가지 특징을 따라 나눌 수 있습니다. 첫째는 의상을 구상하고 창조하는 디자인 위주의 교육에 중점을 두는 스틸리즘(Stylism)과, 구상한 디자인에 앞서 의상의 재단법, 패턴활용 등을 익히는 교육을 우선시하는 모델리즘(modelisme)이 그 특징인데요. 한 가지 특징에 특성화 된 학교가 있는가 하면, 두 가지를 균형 있게 가르치는 학교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또한, 스틸리즘과 모델리즘과는 별개로 사업적인 측면에서 의상에 대한 마케팅을 전문적으로 가르치는 교육기관도 자리잡고 있습니다.

패션은 개성이다, 스튜디오 베르소

프로젝트 런웨이 코리아(이하 프런코) 시즌2의 우승자 정고운을 기억하시나요? 눈을 덮는 독특한 헤어스타일과 진한 스모키 화장으로 외모부터 독특했던 디자이너였는데요. 매회 프런코의 과제마다 적절한 컨셉과 창의성을 모두 담은 의상으로 시청자들의 관심과 사랑을 듬뿍 받았던 그녀 역시 프랑스 패션사립학교 ‘스튜디오 베르소’ 출신입니다. 정고운이 보여준 개성강한 의상과 스타일에서도 알 수 있듯이 ‘베르소’는 프랑스의 패션학교 중에서도 가장 독자적이고 아방가르드한 성격을 가지고 있기로 유명한 곳입니다.
1955년 미술을 가르치는 학교로 출발한 ‘베르소’는 이후 71년부터 의상 제작을 추가로 가르치기 시작했는데요. 딱딱하고 틀에 박힌 교과서적인 교육은 철저히 배제하고, 학생들마다의 개성과 창의성을 중시하는 학교의 특성 역시 이런 탄생배경을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총 3학년의 과정으로 이루어져있는 ‘베르소’에서의 과목은 ‘스틸리즘’ 단 하나이며, 1학년 때부터 스틸리스트로서의 기초수업 가르치고 있는데요. 단순히 의상디자인과 제작을 넘어서서 어학시험이나 미술관방문 등 하나의 ‘패션’의 완성을 위한 갖가지 요소들을 배울 수 있는 독창적인 교육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모델리즘의 정석, 파리의상조합

파리의상조합은 이브생로랑, 장폴고티에 등 세계적인 패션 디자이너들을 배출한 곳으로 유명한 학교입니다. 세계 4대 컬렉션 중 하나인 파리패션위크의 주관 등 명성 높기로 유명한 파리의상조합에 최근에는 국내 디자이너 우영미의 옴므 브랜드가 한국 최초로 파리의상조합의 정회원으로 선정되어, 내로라하는 브랜드와 동등한 위치에 올라 많은 이슈를 낳기도 했습니다.
1930년 프랑스의 일류디자이너들의 모임에서부터 시작된 파리의상조합은 모델리즘에 중점을 둔 교육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총 32시간의 수업 중 15시간을 차지 할 정도로 입체재단을 익히는 시간이 수업의 절반 이상으로 채워지는데요, 이 영향 때문인지 파리의상조합은 입체적인 패턴과 재단에 있어서는 그 어느 패션 학교보다도 최고라고 여겨지고 있습니다. 또한 기성복과는 거리가 있는 오뜨꾸뛰르적인 성향을 강하게 띠며, 전통적인 방식부터 최신기술까지 완벽한 재단을 위한 교육으로 실력 있는 졸업생들을 배출해내고 있습니다.

대규모 패션학교, 에스모드

에스모드는 파리와 서울을 비롯해 17개의 분교가 있는 세계 최초의 패션디자인학교입니다. 작년에는 설립 170년을 기념해 파리에서 전세계 분교의 학생들의 작품 170벌을 내세운 패션쇼와 함께 유명 디자이너들이 리폼한 가방판매, 출판 기념식 등을 개최 해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요. 앞 서 소개해드린 두 학교와는 다르게 스틸리즘과 모델리즘 중 한가지 특성에 치중하지 않고, 중용을 지키는 교육의 원칙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학교의 규모가 큰 만큼 학생의 수도 많은 곳으로 유명한데요, 각 국에서 온 학생들과 다양하게 실력을 견주어 볼 수도 있다는 점, 트렌드에 민감하여 빠르게 패션교육에 반영할 수 있다는 장점들을 지니고 있습니다. 에스모드는 파리는 프랑스의 패션학교 중 가장 널리 알려져 있으며, 입학도 타 학교에 비해 어렵지 않습니다. 그러나 규모가 큰 만큼 학생들의 자율보다는 규칙적이고 엄격하게 운영되고 있으며, 입학이 쉬운데 비해 패션수업의 난이도와 졸업하기 위한 조건이 상당히 까다롭고 어려운 학교로 꼽히고 있습니다.

올해 5월 루이까또즈 파리에서는 에스모드 파리의 학생들과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하기도 했는데요. 기존의 루이까또즈 가방의 모습에서 에스모드 학생들의 창의력이 더해져 새롭게 재해석 된 가방을 선보였습니다. 가방의 손잡이나 크로스끈의 위치를 바꾸는가 하면, 파리채나 카메라 같은 재미있는 요소가 합쳐져, 가방이라기 보다는 하나의 예술작품처럼 만들어진 모습도 볼 수 있었는데요. 다양한 개성이 담긴 독특한 가방들이 전시 된 루이까또즈 파리매장에는 많은 에스모드 학생들이 찾아와 패션에 대한 여러 아이디어를 나누는 등 재미있고 색다른 의미를 담았던 콜라보레이션 이였습니다.

이 외에도 프랑스에는 ‘아르데꼬’라 불리는 한 차원 높은 디자인과 예술을 가르치는 국립미술학교(ENSAD)나, 의상 디자이너 양성뿐만 아니라 패션산업을 주도 할 패션전문가를 교육하는 IFM (Institut Francais de la Mode) 같은 다방면의 패션관련 학교들이 프랑스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하나의 의식주로서의 역할에서 오늘날에 이르는 패션으로 자리잡기까지, 많은 패션학교들이 품고 키워낸 하나 하나의 패션에 대한 열정, 그 가치는 엄청난 것 일 텐데요. 창조에는 끝이 없다는 것을 우리의 피부로 직접 느끼게 해주는 옷, 그 이상의 패션을 키워내는 패션학교의 미래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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