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culture/frenchinfrance

[프랑스 여행/파리 맛집 추천] 새해를 맞이하는 특별한 빵 – 갈레트 데 루아(Galette des Rois: 왕들의 과자)


새로운 해가 밝아오면, 프랑스에서는 고소한 버터 향기가 온 거리를 매웁니다. 1월이 되면 거리 곳곳에 있는 빵집들이 일제히 ‘갈레트(Galette)’를 굽기 때문인데요. 프랑스에서  1월에 만나볼 수 있는 특별한 디저트, ‘갈레트 데 루아(Galette des rois - 왕들의 과자)’! 2016년을 맞이하는 지금, 프랑스는 이 특별한 빵을 통해 신년의 분위기를 한껏 느끼고 있습니다.


■ 신년을 맞이하는 달콤함, 왕들의 과자 ‘갈레트’
 




바삭바삭한 표면의 페이스트리를 한 입 베어 물고 나면 달콤한 아몬드 크림이 입 안 전체 고소한 향을 전하는 갈레트 데 루아는, 프랑스에서 가장 오랜 시간 동안 사랑 받고 있는 전통적인 빵 중에 하나입니다. 사실 갈레트는 언제나 제과점에서 만나볼 수 있는, 프랑스에서는 익숙한 빵과자 중 하나인데요. 하지만 이 시기에 나오는 갈레트는 특별히  ‘왕들의 과자’라는 뜻의 ‘갈레트 데 루아’라고 불리며 프랑스인들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아기 예수가 태어난 뒤 동방 박사들이 예수를 찾은 날 혹은 예수가 세례자 요한에게 세례를 받은 때를 기념하는 공현절. 갈레트 데 루아가 그 날을 기리는 축제 음식인 만큼, 이름 속에 담겨있는 ‘루아(roi)’라는 단어는, 왕이 아닌 ‘동방 박사’를 뜻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더 이상 종교적인 의미의 축제로서 이 날을 즐기지는 않지만, 이 빵은 신년을 맞이하는 행사로서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페이스트리 반죽에 아몬드 크림을 기본으로 하는 이 빵은, 요즘은 반죽 안에 사과 크림 또는 배와 초콜렛 등을 넣는 등 여러 가지 레시피로 다양하게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갈레트 중 가장 쉽게 볼 수 있는 형태는 바로 동그란 원 모양인데요. 처음에는 왕관처럼 안이 동그랗게 뚫린 모양을 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동그란 모양에 중앙이 뻥 뚫린 브리오슈 형태에, 과일을 설탕에 절인 프휘 꽁피(Fruit Confit)로 알록달록하게 장식한 빵은 가또 데 루아(Gateau des Rois)라고 불리는데요. 아직도 많은 제과점에서는 갈레트 데 루아와 함께 이 전통적인 빵인 1월 내내 선보입니다.


■ 새해의 행운을 나눠 갖는 특별한 전통 음식
 

  



갈레트 데 루아의 특별함은 바로 빵 속에 숨어있습니다. 바로 빵 안에 있는 ‘페브(Fève)’ 라는 작은 도자기 인형 때문인데요. 처음에는 페브(Fève)의 본래 뜻인 잠두콩이 그 안에 들어있었다고 합니다. 신성함을 의미하는 잠두콩이 들어간 케익 조각을 먹은 사람은 새해를 맞이하여 신성함을 부여받았다고 해, 갈레트를 나눠먹은 그 날 다른 사람들에게 특별한 대접을 받았는데요. 이 전통은 로마시대부터 내려져 오는 것으로 알려진 오랜 역사를 가진 행사입니다. 현대에 와서 이 잠두콩은 손톱만한 작은 사기 인형으로 대체되었는데요. 귀엽고 작은 사기인형은 수집가들의 사랑을 받는 수집품이기도 합니다. 



지금도 여전히 1월에는 가족, 친구 혹은 동료 등 사람들이 모이는 곳곳에서 갈레트를 나눠먹고 왕을 정하는 작은 축제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자신의 케이크 조각 안에 페브가 발견되는 사람은 왕으로 지목되고, 그는 왕관을 쓰고 사람들의 축복을 받습니다. 요즘은 보통 왕으로 지목된 사람이 다음 갈레트를 준비하는 역할을 맡게 되는데, 이런 식으로 1월 한 달 동안 최소 10번의 갈레트를 먹게 된다는 우스개 소리가 있을 정도로, 1월은 프랑스 인들에게 ‘갈레트 데 루아의 달’이라고 불립니다.



새해를 맞이하는 우리 음식인 ‘떡국’과 같은 프랑스의 ‘갈레트 데 루아’. 단순히 먹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소중한 사람들과 어디서든 조그만 파티를 즐길 수 있다는 점이 이 작은 빵을 특별하게 만든 이유일 것입니다. 새해를 맞이하는 1월, 소중한 사람들과 음식을 나눠 먹으며 서로에 대해 1년의 축복을 나누는 일이야말로 갈레트 데 루아의 진정한 의미가 아닐까요? 


– 파리통신원 임현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