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우리나라에서도 대대적인 도서정가제 개정안이 시행되었습니다. 이로인해 '도서 시장의 질서 확립과 활성화'라는 순기능에도 불구하고 독서를 즐거운 취미로 삼아왔던 사람들의 우려 깊은 목소리도 적지 않았는데요. 국내에 도서정가제가 이슈로 떠오르면서, 우리나라보다 앞서 도서정가제를 시행했던 외국의 사례에 대한 관심 또한 높아졌습니다. 책 읽기를 사랑하기로 유명한 프랑스인들. 그들의 독서문화와 밀접한 관련을 가진 도서정가제는 어떻게 시행되고 있을까요?


■ 도서정가제와 책 읽기의 상관관계
 

 

도서정가제는 온오프라인 서점에 구분 없이 정가에 가까운 가격으로 책을 판매하도록 규정한 법으로서 2014년 11월 21일부터 시행되었습니다. 새로운 제도의 도입에 대한 찬반이 많았었는데요, 특히 우리 나라 성인들의 독서량이 연간 10권이 되지 않는 상황에서 독서량이 더욱 낮아질 것이라는 걱정이 목소리도 있는가 하면, 기존에 큰 할인율을 염두에 두고 높게 책정되었던 도서의 정가가, 고정된 할인율로 낮게 책정된다는 이점도 있다고 합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도서정가제. 이 도서정가제가 유럽에서는 이미 150년 전부터 시행되어 온 제도라는 것을 아시나요?



 영화 <비포 선셋(Before Sunset, 2004)> 속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 서점


프랑스는 세계에서 책을 가장 많이 읽는 나라 중 하나로 꼽힙니다. 스마트 폰 등의 휴대용 전자기기의 사용증가로, 예전보다는 그 숫자가 덜 해졌지만 여전히 휴양지에서 편히 쉬며 독서를 하는 프랑스인들의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는데요. 어렸을 때부터 꾸준히 독서 습관을 들여온 만큼, 성인이 되어서도 책을 구매하고 읽는 일이 낯설지 않은 일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프랑스에서는 길을 걷다 보면 아기자기한 분위기의 지역서점과 쉽게 마주칠 수 있는데요. 영화 <비포 선셋>에 등장하고 헤밍웨이가 즐겨 찾은 서점으로 유명세를 탄 파리의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 역시, 무심히 꽂혀있는 책들과 시 낭송회 같은 행사로 따뜻하고 정겨운 분위기를 만드는 유명 지역서점 중 하나입니다.



■ 취향 존중과 문화적 다양성에 주목하는 ‘반 아마존법’
 


이처럼 프랑스에서는 중소서점이라는 존재가 큰 비중을 차지 하는 만큼, 대형서점과의 경쟁에서 중소서점이 보호받을 수 있도록 제정된 도서정가제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제도인데요. 프랑스에서는 지난 7월, 도서정가제 개정 법률인 이른바 ‘반 아마존 법’이 공포되었습니다. 바로 미국 대형 온라인서점인 ‘아마존’의 이름을 딴 이 법률은, ‘아마존 프랑스’ 때문에 초래된 가격 경쟁으로 인해, 쇠락해가는 소형서점을 위해 제정된 것이었습니다. 만장일치로 통과된 이 법률은, 자국 문화에 대한 자부심이 높은 프랑스에서 나온 제도인 만큼 더욱 세계의 주목을 끌고 있습니다.



도서정가제 ‘랑 법’을 시행한 프랑스 전 문화부장관 ‘자크 랑(Jack Lang)’


‘반 아마존 법’ 이전에도, 프랑스는 지역 서점을 살리기 위해 도서정가제를 시행해오고 있었습니다. 프랑스의 전 문화부 장관인 ‘자크 랑(Jack Lang)’의 이름을 딴 ‘랑 법’은, 프랑스 전국에 더욱 강력한 서점망을 형성하고 정가에 책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하여, 대형 서점과 소형 소점이 공정한 거래를 할 수 있도록 한 법이었는데요. 온라인 유통을 고려하지 않은 법률의 부족한 점을 보완해, 다시 올해 ‘반 아마존 법’을 탄생시켰습니다. 이로 인해, 온라인 서점에서의 무료 배송을 금지하는 등 온라인 서점에 의해 프랑스 지역 서점이 문을 닫는 일이 없도록 제도 개선을 꾀했는데요. 이는 무엇보다 취향과 문화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보호하려는 프랑스의 노력이라고 보여집니다. 오랫동안 이어져 온 그들만의 ‘책 문화’를 지키려는 노력 말이죠.

 



남다른 독서문화로 세계에서 가장 먼저 도서정가제를 법제화한 나라, 프랑스. 단순히 책의 가격이라는 1차원적인 문제를 넘어, 책을 읽는다는 ‘문화’에 더욱 초점을 맞춘 프랑스의 도서정가제를 살펴볼 수 있었는데요. 서점에서 책을 구매하고 읽는 일이 단순한 소비활동이 아니라, 지역서점에서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취향을 공유하기도 하고, 서점 주인과의 이야기 꽃을 피우기도 하는 일상으로 스며든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무엇보다 그런 일상의 울타리를 튼튼하게 받쳐줄 수 있는 국가의 도움이 있었기에, 그들 각자의 취향과 문화가 존중받는 예술의 나라가 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함께 가져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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