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 이란 단순하고 깊은 관계 속에는 열정, 연민, 사랑, 증오, 질투 등 인간이 가질 수 있는 많은 감정들이 뒤섞여 있습니다. 때로는 한 인간이 가질 수 있는 가장 고조된 행복을 가져다 주기도 하고 때로는 그 관계로 인해 한 사람의 인생이 나락으로 떨어지기도 하는데요. 이에 대한 풍부한 감정과 그 것을 작품으로 표현해 내는 예술가들의 연인, 예술가들의 사랑은 극과 극의 모습으로 나타나곤 합니다.
사랑하는 연인이 자신의 재능을 시기하고 또한 시대적 상황으로 인정받지 못했던 로댕의 연인 까미유 끌로델, 예술가 남편의 여성편력과 자신의 신체적 불행을 예술로 승화시킨 디에고 리베라의 연인 프리다 칼로, 그리고 연인의 예술적 활동에 생을 같이 하기 위해 비틀즈라는 명찰을 떼어버린 오노요코의 남편 존레논. 그들의 러브스토리는 그들의 예술작품의 근원임에 동시에 또한 작품을 바라보는 관객들의 감성을 자극합니다. 그리고 지금, 또 한 명의 연인이었던 Alice Springs가 그녀의 사랑과 삶을 배어있는 사진작품들이 파리로 찾아왔습니다.
Alice Springs, 그녀의 이름은 아직 조금은 낯섭니다. 구글 검색에 그녀의 이름은 호주의 지명으로 언급될 뿐입니다.  Alice Springs란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는 그녀의 본명은 June Newton, 바로 그리고 지금은 고인이 된 패션사진계의 거장 Helmut Newton 의 연인이자 아내입니다.

Alice Springs의 사진전

올해 상반기, 파리의 수많은 전시회 중 가장 사랑을 받은 전시는 장장 4개월동안 그헝팔레에서 진행됐던 패션사진의 거장Helmut Newton의 회고전이였습니다. 그리고 그 전시가 끝날 무렵 파리 마레지역에 위치한 유럽사진 박물관(Maison Européenne de la photographie)에서는 그의 아내인 Alice Springs의 작품이 그의 바톤을 이어받아 전시되고 있습니다.
그녀의 사진 작품은 남편Helmut Newton이 그러했듯 패션사진과 광고사진이 주를 이루고 있지만 그와는 다른 색채를 지니고 있습니다. 그녀의 남편이 주로 여성의 누드와 혁신적인 미장센으로 패션사진에 혁명을 일으켰다면, 그녀는 주로 인물에 초점을 맞추고 인물사진을 통해 그녀의 작품세계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번 전시회는 그녀가 작업했던 보그, 마리 끌레그 같은 유명 잡지, 광고 사진과 더불어 이브생로랑, 장폴고띠에, 소니아 니켈 등 유명 패션디자이너와 예술가들의 70년대 초상 작업 등, 1970년대부터 현재까지의 그녀의 사진작품을 통해 그녀가 걸어 온 ‘사진작가’의 삶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여배우에서 사진작가로

지금은 유명한 사진작가로 활동하고 있지만 그녀가 사진작가의 길로 들어선 것은 계획되지 않은, 우연한 기회에 이루어졌습니다. 그녀는 본래의 직업은 호주의 배우였습니다. 남편을 따라 파리에 정착한 그녀는 독감으로 병상에 누운 남편을 대신하여 Gitanes 담배 광고 사진을 찍기 위해 그에게 사진 기술을 전수받는데요. Helmut Newton에게서 사진기 조작과 조명 측정기를 사용하는 방법 등 기술적인 부분을 습득한 그녀는 배우였던 자신의 커리어를 접목시켜 그녀만의 사진작품을 만들어 냅니다. 그녀의 친밀하고 자연스러운 인물 사진은 급속도로 유명세를 타게 되었고, 그 이후 지금까지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으며 사진 작업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녀는 사진작가로서 앨리스 스프링이란 이름으로 활동을 하지만 아직은 자신의 본명인 준 뉴튼으로 더 알려져 있습니다. 아마도Newton의 연인이란 수식어가 대중에게는 더 익숙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하지만 그녀는 남편의 이름을 자신의 수식어 앞에 떼네려고 노력하지 않습니다. Helmut Newton은 분명 그녀의 스승이였음은 명벽한 사실이고, 그녀가 평생을 사랑하는 사람이자 그녀가 사진기를 들게 해준 원인이자 원동력이였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비록 고인이 되었지만 자신의 남편의 이름을 딴 재단을 운영하면서 그의 작업들이 계속 사랑받을 수 있게 노력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자신의 전시에 앞서 그헝팔레에서 진행된 Helmut Newton의 전시는 그녀가 맡아 계획, 진행된 전시였습니다. 그의 전시에는 그녀의 숨결이 녹아있고 그녀의 전시장엔 그가 생전에 자신의 아내의 사진에 대해 논했던 글귀들이 벽면을 채움으로서 그녀의 작품들을 더욱 빛나게 만듭니다.

사랑하는 사람은 서로 닮아간다고 합니다. 하지만 작품으로 자신을 표현하는 예술가들에게서 서로가 닮아간다는 것은 치명적 독과 같은 것입니다. 이제는 고인이 된Helmet Newton 과 Alice Sprigs. 그들은 닮아가는 대신 서로의 길을 밝혀주는 가로등이 되기를 자처함으로서 각자의 길을 달려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현명한 사랑은 서로의 사진작품 속에 고이 스며들어 세기에 남을 것입니다.

파리통신원-임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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