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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피티 아트/프랑스 예술문화] 신기루처럼 한 달 후 사라지는 예술작품 – Tour Paris 13


입장하기 위한 소요시간은 평균 8시간. 믿기 힘든 긴 대기시간은 한 달 내내 계속되었습니다. 새벽 5시부터 첫차를 타고 도착해 입장을 기다리는 젊은이들로 거리를 가득 메운 이 곳은 유명 가수의 콘서트장을 연상하게 합니다. 하지만 그들이 들어가기 위해 기다리는 곳은 화려한 콘서트장이 아닌 강변 쪽에 위치한 허물어져 가는 건물 앞입니다. 오래전에 버려진 듯한 낡은 건물과 그 외벽을 가득 메운 그래피티. 도대체 이곳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걸까요.

죽어가는 건물에 생명력을 불어넣다



프랑스의 각종 매체는 ‘세기의 화가인 살바도르 달리의 전시도 대기시간이 이렇게 길지 않았다.’라는 헤드라인 제목으로 이곳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파리 13구 허물어져 가는 건물은 가지각색의 그래피티로 그 초라한 모습에 화려한 옷을 입힌 듯 서 있습니다. 건물을 습격한 스트리트 아트 그래피티. 바로 그것이 사람들을 애타게 기다리게 하는 이 곳의 주인공입니다.


31일 뒤에 허물어질 운명에 놓인 건물이지만 한 달 동안만은 그래피티가 건물의 주인입니다. 파리 13구 소속의 이 건물은 철거가 결정되고 새로운 건물이 지어지길 기다리는 중입니다. 새로운 공간에 대한 대안이 나타나기 전까지 파리시는 이곳을 버려두기보다는 시민들을 위한 새로운 공간으로, 그 수명이 다할 때까지 유용하게 사용하는 것을 선택하였습니다. 스트리트 아트 작가들은 더 이상 버려진 공간을 찾을 필요가 없어졌으며, 또한 건물 밖에서 맴돌던 스트리트 아트는 실내공간까지 환영을 받으며 입장하였습니다.

새로운 공간을 창조하는 예술



7개월 동안 16개국에서 모인 100명의 스트리트 아티스트들은 이 건물에 새로운 생명을 북돋아 주었습니다. 9층으로 된 아파트 구석구석은 세계에서 온 다양한 스트리트 아트 작가들의 캔버스가 되어 그들의 자유로운 예술 세계는 그곳에서 또 다른 모습으로 펼쳐졌습니다.


이곳에서 그래피티는 더 이상 도시미관을 해치거나 주변 거주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낙서가 아닙니다. 몇 달 전 만해도 누군가의 소중한 주거공간이었던 이곳은 각각의 스트리트 작가들의 자신만의 개성과 상상의 세계와 결합되어 새로운 공간으로, 그리고 마지막 공간으로서 그 힘과 열정을 뿜어내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버리고 간 가구나 다양한 오브제 또한 이제 더 이상 쓰레기가 아닌 그들의 재료로 선택되어 새로운 모습으로 창조되었습니다.


한정판이란 단어가 사람의 마음을 유혹하듯 30일만 존재하고 사라지는 마력에 사람들은 도취된 듯, 10시간이 넘는 기다림도 마다치 않습니다. 손으로 잡을 수도 없고 소유할 수도 없지만, 눈으로 보고 마음으로 기억하는 한정판을 원하는 그들 속에 또 다른 예술에 대한 열정이 숨어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파리통신원 임현정